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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회(1972년 졸업)
  39회 게시판     

철원 명성산

조회 수 10641 추천 수 0 2015.05.01 22:51:07

 

 

 

 

잠긴다.
그제서야 현람함이 사라진다.
수면위의 요동이 종적을 감춘다.
고요가 엄습한다.
산정호수가 저 아래이다.
오랜 친구와의 악수처럼 마음이 들뜬다.
아직 나누어야할 감동이 너무 많은가 보다.

멈춘다.
그제서야 폭포수의 요란함이 사그라든다.
비선폭포가 저만치이다.
떠나기에 너무 고운 시선을 거둔다.
비선폭포가 저 홀로 맑다.
그 맑음이 마르지 않는 샘물같다.
아직 적셔야 할 땅이 너무 넓은가 보다.

잠김에서 빠져나와,
멈춤에서 도망나와,
산 초입의 가파른 길을 오른다.
산굽이에서 가지를 펼친 소나무이다.
마을의 수호신인가 보다.
소나무앞에 차려진 제단에 사람의 흔적이 생생하다.

소나무이다.
하늘을 향하여 직선으로 자라나는 것이 아니다.
수평을 향하여 구불거리면서 자라나는 것이다.
소나무는 하늘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부대끼고 싶은 것이다.
소나무가 인간에게 대접을 받는 까닭이다.
소나무로부터 사람이 사람에게 대하여야 할 도리를 배운다.

산길 편하게 걸으라고,
좌우의 풍경을 거느린 능선이다.
올려다보는 곳에 책바위이다.
책이란 덮어야 묵직한 것이다.
덮는 것이란 펼쳐서 읽은 후의 결과이다.
아직 읽히게 해야 할 것이 많은지,
명성산의 책바위가 널브러하게 펼치고 있다.
그 펼침만으로 장엄하다.
인간의 크기가 하나의 점처럼 책바위에 잠긴다.
잘난 체하는 인간의 지식의 책의 한 켠에 불과한 것이다.

한낮이 시간이다.
비가 내린 후의 청아함이다.
억새가 비단처럼 물결친다.
그저 물결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조형하고 있다.
시간에 조응하여 걸음을 서두른다.
삼각봉(해발 906미터-일명 포천 명성산)에 우뚝 서고 싶은 것이다.

삼각이란 나누는 잣대가 된다.
삼각이란 합치는 기준이 된다.
나누고 싶은 삼각이 아니라
합치고 싶은 삼각을 가슴에 담는다.
삼각봉에서 바라다보는 명성산이다.
더는 감출 것이 없는듯 하얀 속내를 내보이고 있다.

노인의 손짓이 떠오른다.
어서 오라고 하는 다정함이 녹아있다.
명성산의 정상이 그렇게 반기고 있다.
소리내어 크게 우는 산이라 하여 명성산이다.
궁예의 못다 이룬 한이 서려 있는 것이다.
이루지 못하여 한이 되는 것이 아니라,
후세대에 전하지 못하여 한이 되는 것이다.
궁예가 차마 전하지 못한 것이 있는가 보다.

발걸음 총총이다.
정상에 선다.
그 소재지가 포천이 아니다.
그 소재지가 철원군 갈말읍이다..
까마득히 역사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웅대한 역사의 꿈들이 현시처럼 나타난다.
개인의 시간과 역사의 시간이 오버랩된다.
개인의 시간에 마음이 자자들어 고요하다.
역사의 시간에 갈래갈래 마음이 요동친다.

궁예봉에서 흘러내린 통바위이다.
통바위 전체가 폭포가 되었다.
그 거대함이 하늘같다.
산안폭포이다.
산안의 폭포가 산위의 하늘을 감쌀 듯 창대하다.
폭포 가장자리의 터 넓은 평바위에 드러눕는다.
하늘을 보기 위함이 아니다.
아마득한 역사의 세월을 느껴보기 위함이다.
폭포에서 낙하한 물이 하얀 속살을 내보인다.
늘 그러하듯이 산정호수에 이를 것이다.
산정호수에는 명성산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이다.
잠김도 멈춤도 고요도 요동도 다 용해되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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