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길이 있다
책은 나의 애인이요, 친구요, 스승이다. 나는 책 속에서 살고 있고 책은 내 속에서 살고 있다. 나는 책이 없는 인생을 생각할 수가 없다. 나는 독서가 없는 생활을 생각할 수가 없다.
책은 나의 애인이다. 나는 어디를 가도 책을 가지고 간다. 여행을 떠날 때에는 가방 속에 몇 권의 책을 넣어 간다. 잠깐 외출을 할 때에도 책을 지니고 간다. 다방에서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에도 책을 읽는다. 내 몸에 책이 없으면 마음이 허전하다. 내 몸에 책이 있어야만 마음이 든든하다.
책은 나의 친구다. 언제나 같이 있으니 정다운 친구가 아닐 수 없다. 친구가 없는 인생은 허전하다. 책이 없는 인생은 쓸쓸하다.
책을 모르고 사는 사람은 인생을 헛사는 사람이다. 독서의 열락을 모르고 사는 사람은 피상적 생을 사는 사람이다. 우리가 옛날의 위대한 스승과 만나는 길은 오직 책밖에 없다. 나는 고인(古人)을 못 보고 고인은 나를 못 본다. 그러나 우리는 책을 통해서 선철(先哲)과의 깊은 정신적 만남을 갖는다. 좋은 책은 감격의 원천이요, 영감(靈感)의 근원이요, 신생(新生)의 샘이요, 지혜의 어머니요, 희열의 도가니다.
우리는 아름다운 종말을 가져야 한다. 네 인생에 유종지미(有終之美)를 거두어라.
그러므로 인생의 노년에는 지혜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이 좋다.
인생 ! 책이 있으니 또한 기쁘지 아니하랴.
人生有書 上亦樂乎
항상 책을 읽고 책을 사랑하고 책과 같이 사는 인생길을 걸어온 나의 생애는 참으로 행복하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책은 나의 극진한 사랑이요, 정다운 친구요, 고마운 스승이다.
- ‘책 속에 길이 있다’ 중에서 (안병욱) -
(1920~2013; 평안남도 용강; 대학교수, 철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