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가을이 오고있다네요,
조석으로는 제법 쌀쌀합니다
희양산에서 봉암사로 휘젓고 다니다가
도저히 맘에 안드는 "나"를 부정하다가
술의 힘을 빌려 겨우 긍정합니다
흑과 백의 양면처럼 나는 괴롭다가 조금은 좋아졌습니다
쿠바의 2인자가 되었던 게바라는 성공이 싫어졌습니다
혁명에 끝은 없으니까요
홀로있음을 사랑합니다
배운값, 나이값, 양심값도 해야합니다 (잘될지는 모르지만...)
낙엽지는 숲은 고요하군요
산새도 한마리만 울어대니 더 좋습니다
님들의 영혼에 속삭이고 있을 때 나는 행복했습니다
봉암사에 몸담고 추억을 그리워합니다
태양에 익는 솔잎 냄새
바위 냄새, 흙냄새, 그래서 숲과 그늘의 냄새가
봉암사에서 밥냄새와 버무려저 "동물"인 나를 확인합니다
"동물같은 행복, 식물같은 고요"를 원하는 나는 긍정받고 싶습니다
참 좋은 사람들에게서 배운 생이 내게서 무위로 끝나길 원치 않습니다
드디어 벌레들의 합창, 협연, 합주, 한밤의 음악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으악새 슬피우는 가을이 왔다는 신호지요
한 때 저와의 감응에 보내셨던 시선과 목소리와 표정이 그립군요
홀로 산다는건 참 지랄같은 일입니다
산 속의 고독은 신선이나 성인에게 어울리고
저같은 속인에겐 누군가가 있어야합니다
한기가 느껴지는 별빛 밤도 좋은데 "벌레 그룹"의 사운드는 완벽 그 자체입니다
음악은 공허한 혼을 달래는 소리의 풍경입니다
어둠이 얼마나 정밀한지 벌레들이 쉬지도 못하고 노래를 반복합니다
가을날의 축제가 시끌벅적해야 가을잎들의 색깔이 화려할테니 말이죠
퇴적된 기억들의 화석인 듯 달빛이 쏟아져 내립니다.
은둔의 미학이 비움(空)으로 완성될때 부끄럽지않게 웃어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