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생각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아무리 힘든 노력을 했어도 끝을 보지 않으면 그것은 끝난 것이 아니다. 42.195km를 달려야 하는 마라톤 선수가 42km를 1등으로 달렸어도 나머지 0.195km를 더 달리지 않으면, 그 선수는 실격이다. 제일 늦게 들어 왔다 해도 42.195km를 달린 선수는 완주를 한 것이다. 우리는 가끔 중간에 부상을 입고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을 본다. 그리고 그 선수가 피니시 라인을 넘을 때, 모두 일어서서 그에게 열화와 같은 박수를 보낸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리는 그 모습 자체가 감동이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시작은 중요하다. 시작이 있기에 끝이 있을 수 있다. 시작하지 않으면 실패할 수도 없다. 실패도, 꼴찌도 시작한 사람, 무언가를 시도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영광이다. 그러나 시작했으면 힘을 다해 끝까지 가야 한다. 힘을 다했을 때, 기회가 생긴다.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Yogi Berra (요기 베라) (1925. 5. 12 ~ )는 《끝날 때 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에서 “제 아무리 형편없는 경기일지라도 언제든 마지막 반전의 기회는 있다”고 말한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야구를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나도 야구 경기를 보며 인생을 느낀다.
타석에 타자가 들어선다. 타격을 잘하기 위해서는 공을 끝까지 보아야 한다. 하지만 공을 끝까지 보았다고 안타를 치는 것은 아니다. 절묘하게 꺾이는 투수의 공에 헛방망이질을 하기도 하고 빗맞은 타구를 날리기도 한다. 그러나 타자는 내야 땅볼을 치고도 1루를 향해 죽어라 뛴다. 뻔히 아웃 될 줄 알면서도 그렇게 뛰는 것은 이미 그가 타자가 아니라 주자이기 때문이다. 그때 야수가 공을 한 번 놓친다면, 아니 멈칫하는 몸짓이 시간을 벌어준다면 주자는 찰나의 순간으로 살 수 있다.
우리는 몇 번이나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쳤을까? 아니, 몇 번을 시작했고 몇 번을 실패했으며 그중 몇 번을 해낼 수 있었지만 포기했을까? 우리는 내야 땅볼이라고 생각되면 1루를 향해 죽어라고 뛰지 않는다. 때문에 항상 아웃을 당해야 했다. 내야수가 공을 놓쳐도 몇 발자국을 더 가지 않았기 때문에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안타가 아니라면 뛸 생각을 하지 않았다. 1루타라고 여기면 1루까지 나갈 생각만 했고 2루타를 쳤다고 생각되면 2루까지만 뛰려고 했다. 내야 땅볼을 치고도 살 수 있고 도루를 해서 2루로 갈 수도 있었다. 2루타를 치고 상대의 실수를 노려 3루까지 진루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안일한 주자가 되고 만다. 인생에서 찬스는 언제든지 온다. 그러나 찬스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자신이 자신의 인생에 해결사가 될 수 있다.
- '목수의 인문학' 中에서
임병희 :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종교민속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