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릉 장터에서
※ 왕릉장터 : 경북 문경시 가은읍 소재 오일장 지명임
십여 년 전만해도 은성탄광 문 닫기 전
사 구일 장날이면 어깨 치며 지났는데
시방은 눈 설레만 치는 허기진 쾡 한 장터
나주에서 온 섭이네 밀양 댁 당진 아저씨
뿌리 뽑힌 숨결들이 꾸역꾸역 밀려와서
하늘을 두 번 이고 산 막장 인생 그들은
낯익은 고향이랍시고 송곶 꽂을 땅뙈기 없어
고만 고만한 새끼들 짠하게 앞이 밟혀
먹뱅이 기적소리에 얹혀 홀씨 되어 날려 왔다
동전 짝 하늘 보고 푸념만 할 수 없어
음양 비낀 지하막장 개미굴 두더지는
폐 속에 돌덩이만 담은 무늬만 좋은 산업역군
안도 밖도 까만 밤을 싸이렌 소리 흩어놓고
옥녀봉 눈썹위로 우유 빛 햇귀 부려놓을 즈음
성냥 곽 판자 집 사택, 제비집처럼 부산했다
왁자지껄 도탄교 길 보름치 봉급날은
상주 집 석쇠 판은 돼지기름 으르렁대고
헛기침 객기에 실려 색시 화장 짙어갔지
비루먹은 강아지도 낙엽은 시답찮아
진녹색 독이 오른 배춧잎만 물고 다니고
시장 통 술집 다방은 휘청대며 기대섰다
주판알 이해타산, 솜뭉치 육신들로
신사 갱 하품하고 가은선마저 주저앉자
창백한 폐탄 더미 위 떨고 선 망초꽃들
떠날 사람 떠나가고 갈수 없어 남은 사람
흙바람 부는 왕릉장터 머쓱하게 어정대다
깡 소주 탁배기 한잔에 가을 해를 삼킨다
(2007년 한국시협 연간집에서)
작가 정형석 시조시인은 희양출신 가은중23회 졸업자로
현재 법무부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영강에서ᆢ 라는 20회가 넘는 연작시를 비롯하여
고향땅 가은을 소재로한 수십여 편의 시조를 발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