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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당 기와지붕에 내려앉은 달빛은 교교한데

풀벌레 울음소리에 묻혀 가느다랗게 흘러나오는

딸애의 흐느낌에 윤대감의 가슴은 찢어진다.

권참판 댁에 시집보낸 딸이 일년도 안돼

청상과부가 되어 친정으로 돌아와 별당에 틀어박혀

두문불출하는 걸 애간장을 녹이며

지켜보기 벌써 5년이 되었다.

 

꽃피고 새우는 봄날이면 자수를 놓으며 시름을 달래던

딸애가 방문을 열고 처마 아래 만개한 모란꽃을 보다가

범나비 암수가 어울려 춤추는 걸 보고는 신세한탄 끝에

눈물을 쏟는다. 여름밤엔 소쩍새 울음소리에 한을 쏟으며

섧게 섧게 울었다.

18세에 시집갔으니 딸애 나이도 벌써 스물셋이 되었다.

어느 날 밤,

윤대감은 맏아들인 윤초시와 집 안팎의 살림을 도맡아

처리하는 젊은 집사와 술잔을 나눴다.

25년 전, 아기 울음소리에 대문을 열자 누군가

강보에 싼 아기를 두고 갔길래 주워 길렀더니

허우대 좋고 영특하고 경우가 밝아

열다섯살부터 집사를 시켰던 것이다.

셋은 비감한 한숨만 내뿜을 뿐 말없이 술만 마셨다.

이튿날 밤,

비는 부슬부슬 오는데 윤대감 댁에 애끓는

곡소리가 흘러나왔다. 밤은 깊어 삼경인데

윤대감 댁 대문이 열리고 말이 끄는 수레가

가마니로 덮은 관을 싣고 덜커덩 덜커덩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날이 새자 윤대감의

청상과부 고명딸이 목을 매어 자살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그날 이후

윤대감 댁에서 딸 울음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윤대감의 맏아들은 별감이 되어 함경도 관아를 돌다가

한달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밤이 깊도록 윤대감 사랑방엔 불이 꺼지지 않았다.

 

“그래, 아이가 셋이라 했나?”

 

“네, 2남1녀였는데 까놓은 알밤처럼 잘생겼습니다.

아홉살 맏이는 눈 모양이 아버님을 빼 꽂았드라구요.”

 

“그래?! 허허허.”

윤대감은 계속 술잔을 비우며 웃으면서도 눈물을 쏟아냈다.

 

“벌써 사서삼경을 읽더라구요.”

 

“그래, 허허허. 살림살이는?”

 

“논이 쉰마지기가 넘어 머슴을 둘이나 데리고 있습니다.”

 

“네 누이동생 얼굴은 좋더냐?”

 

“아버님 뵙고 싶어 한번 눈물 흘렸지 제가 있는

3일 동안 계속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10년 전 비 오던 날 밤,

윤대감 댁 대문을 나선 말 수레 관 속에 윤대감 딸이

돈 꾸러미를 안고 누워있었고

말고삐를 잡은 사람은 스물다섯살, 집사 청년이었다.

그들은 멀리멀리 함경도까지 가서 터를 잡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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