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회(1959년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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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 풍경
늘 승용차를 타다가 정말 오랜만에 시내버스를 타보았습니다
버스를 타보니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버스에 오르는 순간 아저씨가 '어서오세요'하고 인사하는데
순간 당황하면서도 바로 답하지 못하는 쑥스러움과
버스요금이 얼마인지 몰라 주저하는데 기사께서
웃으면서 “카드대세요” 그래서 민망함을 면했습니다.
그런데 빨갛게 바른 입술 속에서 계속 딱딱거리며 껌을 씹어
운전에 방해가 되게 하는 중년의 아줌마를 곁눈질을 하였더니
언제 눈치를 챘는지 기사께서 '괜찮아요'하고 말씀하신다.
보따리를 들고 오르시는 할머니께 선뜻 자리를 양보하는 학생을
보면서 나도 학창 시절에 저랬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고
세 명이 함께 서서 쉬지 않고 종알종알 지끼는 여학생
옆에 멀쭉이 서있는 남학생의 불편함도 보이고,
햇볕이 좋은 늦은 오후, 앞좌석 등받이에 '힘들 때 오세요'
하며 모든걸 해결해주겠다고 하는 점집의 광고에
정말 한번 찾아가 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누구나 살아가기에 편치만은 않은 현실에 잠시 눈감고
마는 이웃들의 모습들도 보이고
젊은 여자한테는 풀잎 향의 향수냄새가 나고,
반백의 할아버지한테는 몸에 완전히 밴 담배냄새가 나고
다섯 살 꼬마한테는 달착지근한 비스켓 냄새도 나는데...
나의 향은 어떻게 느껴질지 디기 궁금해지는 시내버스
체험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