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회(1972년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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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뭘 그렇게 찾아? |
요 며칠 주방에만 들어가면 어머니는 뭔가를 찾아 헤매느라 분주해지십니다. "분명 여기에 뒀는데 이상하네." 어머니가 물건이 없어지기 시작한다고 말씀한지 꽤 됐지만, 가족들은 어머니의 건망증으로 치부해버리고 크게 신경은 쓰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없어졌다고 말씀하신 물건도 쌀, 라면, 조미료 종류이고 그 양도 적어서 사면 그만이지 라는 생각으로 덮곤 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습니다. 여전히 주방에서 어머니의 한 숨 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오늘은 좀 자세히 살펴봐야겠다 싶어 주방으로 들어갔더니 어머니가 빈 찬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순간, 자신이 어제 사서 넣어놓은 통조림 캔 몇 개를 찾아봤더니 역시나 없습니다. 생각해보니 어머니가 집을 비우는 매주 수요일에만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누군가가 아무도 없는 우리 집에 들어와 물건을 가져간다는 건, 여간 불쾌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사소한 부재료만 가져가지만, 앞으로 더 큰 걸 훔쳐갈지 모르는 일이었기에 열쇠를 바꾸고 경찰서에 신고하자고 흥분해서 이야기했습니다. "거지 도둑이야? 왜 맨날 남에 집에 들어와서 이런 거나 훔쳐 가냐고, 그게 더 기분이 나빠!" 그런데 어머니는 흥분한 절 말리며 오히려 좀 도둑이 들어오는 날, 기름진 음식에 잘 보이는 곳에 돈까지 놓아두고 나가셨습니다. 그런 어머니의 선행이 못마땅한 저는 도둑을 잡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어머니가 문화센터에 가시는 수요일. 도서관에 가겠다고 나선 후, 어머니가 나가신 걸 확인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몇 분 후, '달그닥' 열쇠를 따는 소리가 났습니다. '삐그덕' 현관문이 열립니다. 전 숨죽인 채 야구 방망이 하나를 들고 주방 입구를 응시하고 있었는데 그만 비명을 지를 뻔 했습니다. "헉." 도둑의 모습을 본 저는 그 자리에 얼어붙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름 아닌 시집간 누나였기 때문입니다. "누...나!.."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힘들게 결혼하며 부모님의 가슴에 큰 대못 하나 박고 떠났던 누나가. 만삭의 몸으로 얼굴은 반쪽이 되어 친정을 몰래 찾아왔던 것입니다. 돌아누울 곳도 없는 작은 방에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행색이며 그 곱던 얼굴은 초라하기 짝이 없고.. 거지도둑이냐며 경찰에 신고해서 당장 붙잡자는 말에 말없이 눈물만 흘리던 어머니의 행동이 이제서야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 출처: TV동화 행복한 세상 - 칠순이 된 자식을 아흔이 된 노모는 외출할 때마다 차조심 하라고 몇 번을 당부합니다. 언제나 자식은 부모에게 보호해줘야 하고, 아껴줘야 할 대상인 것입니다. 그런데, 자식들은 그런 부모의 마음을 몰라주기 일쑤입니다. 관심이 부담스럽고, 더 해주지 못하는 부모가 야속하기만 합니다. 세상의 모든 자식들에게 감히 당부합니다. 부모의 마음 전부를 헤아려주진 못해도, 적어도 '밥 먹었냐'는 말에 퉁명스러운 대답 말고 '응, 엄마도 아빠도 식사 하셨어요?'라는 다정한 대답 한 번 해보시라는.. 그 무엇보다 기쁜 한 마디가 될 것입니다. # 오늘의 명언 자녀가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을 보고 어머니는 행복을 느낀다. 자기 자식이 좋아하는 모습은 어머니의 기쁨이기도 하다. - 플라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