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지키는 시간
가톨릭 재단에서 운영하는 병원에 강의를 간 적이 있습니다. 그 병원의 원장님은 수녀님이셨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수녀 원장님과 교무처장님과 함께 식사를 하러 구내식당으로 가려는데 원장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겁니다.
“선생님, 제가 선생님 식사를 대접해야 하는데 지금은 제 기도 시간입니다. 죄송하지만 교무처장님하고 같이 식사를 하시죠.”
알고 보니 그분은 누가 와도 자신의 기도 시간만큼은 방해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기도 시간을 철저하게 지키는 거지요.
그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규모가 작지 않은 이 병원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의 힘이 바로 기도 시간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나오는 것 같다고요. 사람이 기도 시간을 지켰더니 그 기도가 사람을 지켜주는 거지요. 사람이 교통질서를 지키면 그 질서가 사람을 지켜줍니다. 교통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그 질서도 사람을 지켜주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만의 기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종교적인 기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는 무엇, 철저하게 내가 지켜내는 그것이 있어야 합니다. 세상에는 아예 그런 기도가 없는 사람, 그리고 힘들 때만 기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면 작은 일 하나를 해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조각을 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상추에 물을 주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바느질을 합니다.
그 기도하는 마음이 어려운 날 반드시 우리를 지켜줄 것입니다.
- ‘당신은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강합니다’ 중에서 (김창옥 지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