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회(1966년 졸업)
글 수 255
그대여~~
눈내리는 산곡(山谷)의 밤길을 걸어보았는가.
사무치는 그리움이야 이미 가슴에서 사라졌지만
뇌리에 추억이란 이름으로 자리한 첫정의 아련함이야 어디로갈까.
사라진 기억같은 어두움이 한겹씩 발뿌리에 차일때
발밑에 웅크려우는 슬픈잿빛같은 회상.
그대여~~
눈내리는 산촌(山村)의 밤길을 걸어보았는가.
차마 울지못하는 산노루의 슬픈 눈망울같은 영롱함이야 이미 사라지고 없지만
홀로우는 외딴 가로등이 눈물같은 눈보라를 서럽게 비추는데
이름모를 그림자하나 하얀 눈밭에 검은발자국 하나를 찍는다.
또다른 아픈인연이 시절을 타고 오는것처럼.
그대여~~
눈내리는 산사(山寺)의 밤길을 걸어보았는가.
법고(法鼓)를 두드리는 고두(鼓頭)소임 스님의 승복 소매자락에 묻어있는
속세의 인연한자락.어두운 하늘로 연기처럼 나른다.
가고오는 인연이야 세월에 싸여가도 속가님 그아픈 사랑은
사바세계의 운명은 분명 아닐진데 어찌하라고.어이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