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간이역에서 (3)
열차는 도착하지 않았지만
나는 이미 떠나고 있었다
역사의 낡은 목조계단을 내려가며
그 삐걱이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내생애가 그렇게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취하는것도 괜찮겠다싶어 마신술이
잠시 내발걸음을 비틀거리게도 했지만
나는 일부러 꼿꼿한 발걸음으로 역사를 나섰다
철로변 풀렛홈엔 비가 내리는데
구멍 숭숭뚤린 천막 지붕사이로 비가 내리는데
나보다 더 취한모습으로 열차를 기다리는사람도 있었고
낡은 의자위 보따리를 가슴에품은채 잠에떨어진
아낙네도 있었다 밤화장짙은 소녀의 한숨같은
담배 연기도 보였지만 나는 애써 외면했다
외면 할수밖에 밤열차를타는 사람들 저마다
사연이 없는사람이 어디있냐고..이제곧
열차가 들어오면 나는 나대로 또 저들은 저들대로
그렇게 좀더먼곳으로 흘러가게 되리라
그렇게 흘러흘러 우리가 닿는곳은과연어디일까
나는 지금내삶의 간이역 어디쯤에 서있는걸까
어느듯 열차는 어둠에미끄러지듯 풀렛홈으로 들어서고
열차에 올라타며 나는 잠시 두리번거렸다
철저히 혼자였지만 혼자인척 하지않기위해
배웅 나올사람도 없었지만 배웅 나올사람이
좀 늦나보다하며 아주잠깐 그대를 떠올렸지만
나는곧 고개를 흔들었다 그대 내맘속에
남아있는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 할수있다며 기다릴 그누구도없는
비오는 간이역에서 나는 밤열차를탔다
이제는정말 외로움과 동행이다
열차는 떠나지 않았지만
나는 벌써떠나고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