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통한 변신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사물을 보는 방식이 변한다는 것

     책을 읽으면 사람이 변한다. 왜일까. 무엇이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가. 책에서 추출해 낸 지식이 사람을 바꾸는 것인가. 대개 그렇게 생각한다. 분명 책에서 얻은 지식은 당장의 사고방식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테지만, 인격을 완전히 바꿔 버릴 만큼 강력하거나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책을 읽음으로써 사람이 변하고, 인격이 변용되는 이유는 그 책에 의해 인식, 즉 사물을 보는 방식이 훨씬 크게 변하기 때문일 것이다. 애당초 인간은 전 생에 걸쳐 끊임없이 변화해 가는 생물이 아닐까. 누구든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은 인식 면에서 상당히 다르다. 이를테면 예전에는 재미있었던 것이 지금은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인식이 변했기 때문이다.

어떠한 변화도 없이 옛날과 그대로인 사람은 거의 없다. 만약 인식의 변화가 너무나 미미하거나 그 변화가 또래에 비해 상이한 경우는 ‘아이 같은 어른’처럼 보인다. 그래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인식이 변하는 것이라고 바꿔 말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으로 변하는 사람, 백 권을 읽어도 변하지 않는 사람

   그렇다면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어떨까. 그 사람은 동물과 마찬가지로 경험에 의해 인식이 바뀌게 된다. ‘경험하지 않으면 모른다’고 말하는 경험주의자들이 있지만, 그 말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자기 혼자만으로는 경험의 질도, 양도 제한된다. 수명은 한정되어 있고, 하나하나 모든 경험이 몸에 배는 기간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경험을 쌓는 것보다 다양한 독서가 더 유익할 때도 있다. 왜냐하면 독서 역시 내적 경험 혹은 내적 체험의 하나로 포함시켜도 되기 때문이다. 독서를 체험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만약 체험이 아니라면 ≪성서≫를 읽고 회심回心(과거의 생활을 뉘우쳐 고치고 신앙에 눈을 뜬다는 기독교적 용어)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 ‘지성만이 무기다’ 중에서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