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몸을 입고 영혼이 사는 것
우리의 삶에 있어 영혼의 작용은 드물지 않게 노출된다. 예를 들어 피카소(Pablo Picasso;1881-1973)는 초등학교 시절 이미 그림에 관한 한 그의 아버지를 능가했다. 그의 아버지가 미술 전문 교수였는데도 말이다. 이런 일은 피카소의 영혼이 특출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흔히 천재들은 그의 영혼의 힘이 발휘되는 법이다. 영웅이란 존재도 그 내면에 잠재하고 있는 영혼의 힘에 의해 그토록 위대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영혼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짐승의 영혼보다 뛰어난 존재일 것이다. 이에 대해 조금 얘기하자. 짐승에게 영혼이 있는가? 일단 있다고 하자(있을 것이다). 그런데 짐승의 영혼은 사람의 영혼에 비해 무엇이 다를까?
피아노를 생각해보자. 훌륭한 연주 소리가 들린다. 이때 그 훌륭함의 이유를 생각해보자. 어째서 피아노 소리가 그토록 훌륭한가? 이는 피아노 치는 사람 때문일 것이다. 물론 피아노라는 악기도 중요하다. 하지만 핵심은 연주 능력이다.
짐승과 사람의 관계도 이와 같다. 그 영혼 자체가 다른 것이다. 개가 인간의 뇌에 들어섰다고 했을 때 과연 인간만큼 뇌를 잘 사용할 수 있을까? 어림없는 일이다. 개의 영혼은 개의 뇌를 조종할 능력이 있을 뿐이다. 인간은 인간의 뇌를 조종할 능력이 있다.
소크라테스의 영혼은 그의 뇌를 능가할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성인이다. 성인이 고작 뇌의 작용을 일컫는 것이겠는가? 예수나 공자 또는 우리의 부모나 자식도 그 영혼을 지칭하는 것이지 몸이나 뇌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뇌나 몸은 영혼의 소유물일 뿐이다.
"개는 뼈다귀를 쫓고 호랑이는 사람을 쫓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실체가 무엇인가를 비유한 것이다. 영혼이 실체이고 몸은 부속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의 삶은 몸이 사는 것이 아니고 몸을 가지고 영혼이 사는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의 영혼은 얼마나 훌륭한 영혼일까? 이것이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 ‘명상인문학’ 중에서 (김승호 지음) -
주역학자.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