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질서가 바로 서야 가족이 건강하다

가족 안에는 일정한 위계질서가 존재하며, 가족 구성원이 건강하고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을지 어떨지는 그 위계질서에 달려 있다. 헬링어(Bert Hellinger;독일;1925~)는 가족 안의 위계질서를 “사랑의 질서”라고 불렀다. 가족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의 서열, 즉 가족 내 자기 자리가 분명해야 한다. 만일 가족 구성원의 서열, 즉 가족 구성원 중에 자기의 서열이 무시되고 불분명한 위치를 점하는 사람이 있을 때 가족 안에는 반드시 갈등과 문제가 생긴다. 헬링어는 “가족 갈등과 문제는 가족 안에 존재해야 하는 사랑의 질서가 무너졌을 때 발생한다.”고 보았다.

 가족 내 위계질서가 왜곡되면 아이는 학교에 가서도 배척당하고 따돌림을 받거나 지나치게 엄격한 역할만을 수행해야 한다. 즉 눈치보고 입 다물고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 이런 아이는 인간의 네 가지 욕구를 위협당한다. 즉 소속감, 자존감, 삶에 대한 통제력,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욕구가 손상당하고, 자기의 계급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능력을 잃어버린다.

 사랑의 질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먼저 ‘경계’가 필요하다. 우리 집 아들을 예로 들자면, 초등학교 6학년이 되자마자 자기 방에 “엄마 아빠 출입 금지”라고 적은 종이를 방문에 붙여 놓았다. 자기만의 독립된 공간이 필요하다는 욕구를 표현한 것이다. 자기만의 공간, 자기만의 비밀, 자기만의 세계가 어느 정도 허용되면 아이는 부모에게 존중받는다고 느낀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사랑만으로는 안 된다. 사랑은 가족을 구성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사랑이 지나쳐서 넘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 주는 존중이 필요하다.

 경계를 존중받지 못하면 아이는 독립된 한 사람으로 성장할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 그러면 부모 자녀 관계는 사랑의 관계이기보다는 지긋지긋한 애증의 관계가 된다.

 경계가 존재한다면 이번에는 ‘접근성’이 필요하다. 아이는 부모 둘 중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고 양쪽 모두에게 다가갈 수 있으며 가족 모두와 정서적 교류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경계’와 ‘접근성’이 존재하면 아이는 가족 모두와 단단하게 결속하게 된다. 결속감은 가족 안에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갖게 한다.

 가족 안에서의 관계는 끊임없이 변하고 바뀔 수 있지만, 이처럼 기본적인 관계의 틀과 질서가 있다. 이런 질서가 한번 왜곡되면 가족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족 밖 관계에서도 문제를 일으킨다. 따라서 가족 문제는 모든 대인 관계 문제의 뿌리라 할 수 있다.

- ‘가족의 발견’ 중에서 (최광현 지음) - 

                               한서大 가족상담학과 교수 트라우마가족치료연구소장